1970년 5개년 계획, 나무 심어 환경 변화 시도

100여개 벤치와 야외음악당, 테니스장 등 설치

1969년 보통과 증설, 5개과의 종합학교로 발전

육사와 고려대학 입학생 등 우수학생 배출시작

김우룡 교장은 효명 개교 64주년에 즈음해 효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갖가지 사연을 기록으로 남겼다. 김 교장이 남긴 어록은 지난 1957년부터 1986년까지 30년 세월의 기록이며 그 한 가운데 있던 그의 삶을 되새겨 본 것이다. 지난 정월 초에 타계한 효명의 산증인 고 김우룡 선생의 어록을 실어 그를 추모한다.

학교 공원화와 종교적 환경조성

학교캠퍼스는 그간 소나무들이 많이 자라 푸른색으로 싱그러웠지만 항상 푸른색만 보니 싫증이 날 때도 있었다. 봄에는 꽃도 피고 가을에는 5색 단풍도 드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5개년 계획으로 단풍나무, 은행나무, 벚꽃나무, 느티나무를 섞어 학교환경의 변화를 시도했다.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만들기 위해 K-55의 외각 방어용으로 쓰이던 철조망 철주(노후로 교체)를 기계과 실습재료로 쓰겠다고 부탁하여 많은 철주를 기증받았다.

기계과 학생들이 실습삼아 자르고 용접하여 5인용 벤치의 골조를 만들고 건축과에서는 그 위에 깔 판대를 만들어 약 100여개의 벤치를 요소요소에 설치함으로써 학교 환경이 많이 변화되었다.

거기에 야외음악당, 테니스장이 들어서니 중ㆍ고등학교 캠퍼스로서는 감히 따라올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종교적 환경조성은 교실 짓는데 쫓겨 좀처럼 손을 대지 못하다가 고등학교 본관이 준공(1969)되면서 본관 현관 앞에 높이 2m 정동의 예수성심 상을 세웠다. 성상 받침대에는 성경구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이 쉬게 하리라(마태오. 11.28)’를 새겨 넣었다.

교문을 들어서 조금 구부러진 길을 약 30m 걸으면 바로 예수님의 성심상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학생들을 맞이한다. 신자건 신자가 아니건 그 앞을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후에 졸업생들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학생들의 가정은 누구하나 근심 걱정 없는 가정이 없었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성모상 앞에서 성경구절을 읽노라면 어느덧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1968년 오지리 가톨릭부인회에서 지어준 여학생들의 가정관이 준공되어 그 건물 앞뜰이 오목하고 삼면이 나무로 둘러싸여 조용히 기도하는데 적당한 장소가 있어 그곳에 성모상을 모셨다. 많은 학생들이 오고가며 성모상 앞에서 묵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5월 ‘성모의 밤’ 행사에는 신자아닌 학생들도 많이 참석하여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써 봉헌한 후 불 사르던 기억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모셨던 성모상의 자리는 참 좋았다. 그러나 학교 기본 시설에 쫓겨 성모님을 모신 주변 조경은 너무도 초라했다. 학교에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보호해주시고 키워주신 성모님의 거처를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어 1986년 내가 정년퇴직하는 해 봄에 돌을 쌓고 오색의 철쭉꽃으로 장식하고 위로는 모양 좋은 소나무와 단풍으로 뒤덮어 성모님의 사랑에 다소나마 보답했다.

교내경당은 가정관 한 방을 빌려 미사봉헌에 쓰다가 신자가 점점 늘어 1983년 도서관이 준공되면서 학교경당으로 사용하다 결국 교실 시설이 완비되면서 도서관의 용도가 감축되어 도서관을 신자 약 200석을 수용할 수 있는 경당으로 개조했다.

영세한 사립 중고교의 교직원 조직

효명고교는 1957년 건축과 한반으로 공고로 개교하여 1962년 여성교육을 위하여 상과가 증설됐고, 사회변천에 따라 1968년 기계과, 전자과가 증설됐다. 실업학교의 학부모들의 생활이 안정되면서 대학진학의 소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1969년 대학진학을 위한 보통과가 증설되기에 이른다. 이른바 종합학교로 발전되면서 교직원 구성이 다른 일반학교 보다 더 다양하고 힘들었다.

다행이 효명에 오기 전 5년간의 육군사관학교 수학과 교수시절 말년에 교수부 비서실장으로 150여 명이 넘는 교수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업무에 종사하면서 많은 교수들과 남다른 친분을 갖게 되었다. 이때 친분이 있던 교수님들이 휴전이 되면서 여러 대학의 과장, 원장, 학장, 총장으로 자리 잡아 그 분들의 도움으로 교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지방이라는 것, 흔히 있는 사학의 족벌운영, 특별한 찬조금 등으로 본인들은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러한 염려가 없는 학교이니 일언이 폐지하고 교생으로 오는 셈 치고 1년만 계약하자고 하고 교사를 모셔왔다.

막상 와보면 2만여 평의 넓고 아름다운 학교에 배움에 굶주린 순박하고 정 많은 사랑스런 학생들을 보고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과 손애정 선생님은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하여 본교에 근무한지 1년 만에 서울에 유망한 중고에 자리가 생겨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는 부모님의 권유를 뿌리치고 3년을 더 근무하신 후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직을 하셨고, 서울대 영문과 수석 졸업을 한 유보일 선생님도 1년 계약으로 왔다가 3년 후에 아쉬운 이별을 한 경우가 있다. 1970년 중반부터는 정연주교장과 같이 본교 우수졸업생들이 모교로 돌아와 교사 구직난은 일소되었다.

우수한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다보니 기술을 습득하여 사회로 나가려는 우수한 학생 가운데 대학진학에 대한 욕망이 생겼다. 건축과 2회 졸업생인 배정남군이 찾아와 저는 집이 가난해서 일반대학은 못 가지만 육군사관학교를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하고 조심스럽게 문의한다. 나는 측은히 여겨 내가 수학을 특별강의해 줄 터이니 나머지는 학과는 자습으로 준비해라 하고 매일 학교 시작 전 한 시간을(수학의 정석)을 강의하여 기적적으로 공고 건축과에서 육군사관학교 입학생이 탄생하였다.

같은 방법으로 건축과 6회 졸업생인 최종석 군도 육사에 합격했다. 이 소문이 송탄에 알려지자 1962년 증설된 상과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였다. 자발적으로 수학, 영어, 국어 선생님들이 진학희망학생들을 도와 특별 지도한 공으로 고려대학에 김수일(기계), 김영화(화공), 이창원(건축), 송화성(건축), 진교범 등 5명의 입학생을 냈다. 순수인문계 고교도 힘든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분들의 강의 수당은 염소젖 한 컵과 생계란 한 개다. 이것을 마시노라면 부담도 없고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노용국 기자  rohyk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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