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노용국

오랜만에 지인들과 더위를 식히고자 명품 치킨브랜드에 찾아 ‘치맥’(치킨과 맥주)을 나누며 담소의 자리를 만들었다. 아늑하고 정갈한 장소였는데 분위기는 영 아니다. 일행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망설이다가 반갑게 맞이해준 업주의 매너에 그냥 간다는 것은 왠지 뒤통수가 근질거릴 것 같아서 그냥 앉았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손님들은 대낮부터 판을 벌렸는지 소주, 맥주병은 늘어져 있고 육두문자를 섞어 고함을 쳐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이려니 이해하고 그 틈바구니에서 여유를 가졌다.

한참 후 이번에는 7~9세쯤 되는 아이들이 우르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엄마, 아빠를 부르며 난리법석이다. 아이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아마도 엄마, 아빠 술자리에 교육상 합석은 할 수 없고 아이들은 근처 오락실에서 놀다가 오라고 한 것 같다. 그 중 한 사람이 “어이! 키 큰 차례대로 일렬로 쭉 서봐”라고 하더니 만원씩 나눠 주었다. 아마 어른들 술판이 아직 안 끝났으니 좀 더 놀고 오라는 뜻이겠다.

이것이 현대 부모의 교육실상인가. 三歲之習(삼세지습) 至于八十(지우팔십)이라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도대체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표본으로 여긴다.

중국인들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교육 중에 ‘맹모삼천지교’가 기억에 자리하고 있고 맹자의 어머니는 기원 후 가장 훌륭한 어머니상으로 전래되고 있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묘지 근처, 시장 근처, 학교 근처로 3번이나 이사 했다. 묘지 근처에서 죽음에 대해 깨우치고 시장에 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깨우치게 하고 학교 근처로 이사해 교육적 환경을 만들어 마침내 맹자가 공부에 전념하도록 해서 출세를 시켰다.

예의 치맥집으로 다시 돌아가, 반 교육적인 이런 안일한 부모의 처사와 행동 때문에 가정교육을 운운하게 된다. 나이 들수록 보고 듣는 것이 많아지고 지식이 쌓이며 지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눈과 귀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경험한 관습대로 행하게 된다.

“갓 난 신생아의 신경뇌세포는 대뇌에 약 140억 개가 넘고 소뇌피질에 약 1000억 개 이상의 세포가 살아있다. 이때 성장된 세포가 7~8세가 되면 이미 평생의 90%가 형성돼 관리만 잘하면 125년이 넘게 산다는 것이다.”(인터넷 자료)

이즈음에 어린이의 IQ, EQ도 가장 총명하고 영리할 때고 성인이 되었을 때 기억에서 사라질 수가 없다고 한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행하는 것도 배려와 인성 등 교육을 염두에 두고 바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노용국 기자  rohyk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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