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김진운

시내 한 은행에서의 일이다. 할머니가 송금을 하려고 했다. 창구의 직원이 수수료가 몇 천원이 나온다고 했다. 그 할머니는 무슨 수수료가 그렇게 비싸냐면서 낼 수 없다고 욕을 섞어가며 고함을 지르며 버티고 있었다. 얼굴이 빨개진 그 직원은 결국 그 할머니에게 송금수수료를 받지 않고 보내드렸다.

온 나라에 갑질 소식이 넘쳐난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갑질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건물 출입문을 닫아놓았다고 경비원을 폭행했다. 친인척 업체를 끼워 넣어 일명 ‘치즈통행세’를 가맹점에서 받았고, 가맹점을 탈퇴한 점주의 가게 인근에 보복 출점으로 견디지 못한 점주가 운명을 달리했던 사건도 있다.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을 일삼았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전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상대 갑질 파문, 성공 신화의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가 가맹점주에게 상납을 요구하고 욕설과 폭력을 일삼은 일 등 넘쳐나는 갑질 소식에 국민은 경악했다.

갑질이 요즘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김만식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사건,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 전 대표는 운전기사에게 “한 대당 100만 원씩이다. 총 20대를 맞아야 한다”고 말하고 폭행한 뒤 2000만 원의 ‘맷값’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땅콩 회항’으로 알려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질은 외국에도 보도돼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이 자신의 방침에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인 ‘갑(甲)’과 어떤 행위를 뜻하는 접미사 ‘-질’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네이버 지식백과)

서두에 예를 들었던 할머니의 행위도 갑질이다. 또 식당이나 가게 등에서 반말과 큰 소리로 종업원을 부르는 것, 편의점에서 커피나 음료수를 엎지르고 태연히 그냥 나가는 것 등도 갑질로 볼 수 있다. 갑도 을이 될 수도 있고 을도 갑이 될 수 있다.

갑질이 만연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고질적인 병폐 갑질문화가 사라지고 강자와 약자가 상생하기 위해서 갑과 을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대다.

김진운 기자  pt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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