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로에서

회장 박상현

“이 거북이가 서해바다를 건너오느라 힘이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주십시오”하면 집주인이 추석 음식인 송편과 과일 등을 차려 내놓는다. 그러면 거북이를 모는 사람이 “거북이의 먹이가 왔으니 인사를 하고 가자”하면 거북이는 넙죽 절하고 그 집 마당에서 한바탕 뛰어 놀다가 또 다른 집으로 간다.

거북놀이는 달 밝은 추석날 밤에 마을의 잡귀를 쫓고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며 또 풍년을 감사하는 뜻에서 청소년들이 했던 놀이다. 수숫잎을 엮어 거북이 모양을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서 마치 거북이가 돌아다니듯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흥겨운 가락에 맞춰 춤을 추고 논다.

지금은 거북놀이를 볼 수가 없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옛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기도 한다. 평택거북놀이보존회가 거북놀이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니 반갑다.

평택문화원의 학술연구 자료에 따르면 평야지대로 쌀농사가 잘 됐던 지역이고 벼농사와 밭작물인 수수농사를 겸했던 마을, 즉 평택에서 거북놀이가 발생했을 여지가 높다. 서탄면 몇 마을은 1990년 전후까지 전승됐으며 팽성읍 노와리는 1970년대까지, 내천1리 윗머드내의 경우 1990년 초까지 추석에 거북놀이를 놀았다. 서탄면 금각1리와 안중읍 덕우1리, 송탄의 서정리에서도 50여 년 전까지 거북놀이를 했다.

평택거북놀이보존회는 거북놀이를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해 2010년부터 고증을 수집해 자료조사를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원형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길놀이로 시작해 문 들어가기, 우물 돌기, 터주 빌기, 정지 고사, 마당놀이의 순서로 이어진다. 거북이 24마리가 떡메를 들고 땅을 구르며 지신을 달래고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평택거북놀이보존회는 소사벌 민속단오제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웃다리농악 전국대회 으뜸상, 경기도 민속예술제 장려상, 전주대사습놀이대회 농악부문 장려상, 경기도 민속예술제 대상, 한국민속예술축제 은상 등의 각종 대회에서 수상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6월 17일부터 소리터에서 정기공연을 한다. 9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정덕근 단장은 고증 문헌에 따라 원형의 재현에 노력하는 한편,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거북놀이의 계승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평택거북놀이가 문화재로 지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 단장과 단원, 거북놀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염원이다. 평택과 함께 거북놀이를 재현하고 있는 이천의 거북놀이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돼 일본과 교류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평택시민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이 힘을 모아 평택의 민속전통문화인 거북놀이가 문화재에 지정되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회장 박상현  pt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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