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표 되는 교훈 ‘바르게, 굳세게, 참되게’

김우룡 교장은 효명 개교 64주년에 즈음해 효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갖가지 사연을 기록으로 남겼다. 김 교장이 남긴 어록은 지난 1957년부터 1986년까지 30년 세월의 기록이며 그 한 가운데 있던 그의 삶을 되새겨 본 것이다. 지난 정월 초에 타계한 효명의 산증인 고 김우룡 선생의 어록을 실어 그를 추모한다.

바르게, 공정한 학생선발과 직원채용 등 전통 세워

굳세게, 투지력 위해 10km 단축 마라톤 매년 실시

학교 교훈 통한 학교운영

학교운영은 항상 설립 목적인 교훈에 입각하여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르게, 굳세게, 참되게 이 교훈은 짧고도 명확하게 젊은이의 앞날을 명시해주는 지표로서 학생보다 학교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르게

세상이 잘못되는 첫째 원인은 남을 속이는 데 있고 부정직한 삶은 불신 사회를 조성하여 불안한 사회를 만든다. 그래서 학교는 공정한 학생선발과 직원채용에 있어 가장 공정하고 신뢰받은 방법으로 효명은 입학시험이나 직원채용에 있어 절대로 금품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세웠다.

일예를 들면 1970년도 보통과를 신설하고 2~3년이 지난 무렵 효명 보통과에는 멀리 충남권인 둔포중학생까지 지망생이 있었다. 당시 나는 입시 사정회가 끝나면 그 회의석상에서 즉시 성적일람표에 커트라인을 긋고 그것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여 교장자신도 부정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마침 보통과에 등록 포기 자가 생겨 커트라인 바로 밑 등수를 보았더니 둔포중학교 출신학생 이었다. 곧 학부모에게 등기로 연락하여 등록하도록 하였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하얀 수염에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께서 손자를 등록하러 오시어 “떨어진 학생을 친절히 알려주어 등록하라는 학교도 있냐?”면서 얼마를 찬조하면 됩니까? 하고 조심스레 물으셨다.

찬조금은 없습니다. 자리가 비었기에 당당히 입학할 자격이 되므로 입학하는 겁니다. 하니 할아버지께서는 그래도 하도 고마우니 성의를 받아 달라고 하기에 도서관에 학생들이 볼 책이 부족하니 몇 권 도와달라고 했더니 기쁜 마음으로 몇 권의 도서를 기증해 주시어 받게 되었다. 그리고 둔포에 가셔서 송탄에 이러이러한 효명학교가 있으니 많이 지원하라고 홍보까지 해 주시어 충남 권에서 효명고 지원생이 늘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사례는 국어교사가 결원되어 공개전형 절차를 밟아 한 분을 채용하였다. 며칠 후 인사차 저의 집을 방문하여 고맙다는 인사와 딸기를 놓고 가셨는데 그 딸기를 뜯어보니 돈 봉투가 들어 있었다. 다음날 교장실로 불러 딸기는 잘 먹겠으나 돈 봉투는 받을 수 없다고 돌려주었다. 그 선생님은 몸 둘 바를 모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 정식으로 채용된 후에 적절한 답례를 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 든 퇴출시킨다는 소문을 듣고 효명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여 큰 결례를 했습니다. 하고 사죄하였다.

그 후 그 선생님은 참으로 열심히 효명을 위해 헌신하셨고 가정 사정으로 임시 퇴직하셨다가 내가 정년퇴임한 후 다시 복직하여 효명에 크게 이바지 하신 분이다. 돈을 받은 교장을 어찌 존경할 수 있으며 돈을 빼앗긴 학교에 어떻게 애정이 솟을 수 있단 말인가?

굳세게

인생은 죽을 때까지 고통과의 싸움이라 했다. 그 고통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젊은이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선택한 방법이 운동 중 가장 투지력을 요구하는 럭비부를 선택했다. 럭비부를 창설한지 4년 만에 전국을 제패하고 다음해에는 한국 대표로 일본까지 원정을 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럭비부 창설은 전교생에게 자부심과 투지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교생이 참여하는 운동이 못되므로 생각 끝에 10km 단축 마라톤을 매년 실시하기로 하였다. 전교생이 환자가 아닌 이상 전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체력이 모자라면 걸어서라도 갔다와야한다. 담임선생님도 같이 뛰어야 한다. 학교장도 같이 뛴다. 매년 11월 3일 뜻 깊은 학생의 날에 실시하였다.

그 당시 학생과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강행했다. 그러나 군 복무를 마친 졸업생들이 돌아와 하는 말이 재학시절에는 단축마라톤이 힘들어 교장선생님 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군에 가서 완전무장하고 10km 행군에 한 번도 낙오한 적이 없습니다. 꼭 지속해주세요.

동창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임의규정)을 만들었다. 효명인은 3년간의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수여 받아도 교내마라톤 3회 이상 참석 실적과 모교발전을 위하여 벽돌 3,000장을 운반한 실적이 없으면 굳센 효명인의 칭호는 받지 못한다. 라는 규정이다. 오늘날에는 재학생이나 졸업생이나 강제적 마라톤 참여를 요구하면 학교에 반기를 들것인데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준 동창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노용국 기자 rohyk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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