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서 함양에 이바지한 야외음악당 건립

송탄시민 행사장으로 낭만 키우는데 큰 역할

테니스장 시민에게 개방 테니스 보급에 일익

교사의 건강관리, 학생 생활지도 등 일석 4조

김우룡 교장은 생전에 “효명 개교 64주년과 함께 효명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난 세월의 갖가지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며 어록을 남겼다. 어록에서 김 교장은 “이제 효명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되돌아 지난 30년(1957년∼1986년)세월에 담긴 효명과의 삶을 되새겨 본다”고 했다. 지난 정월 초에 타계한 효명의 산증인 고 김우룡 선생의 어록을 실어 그를 추모한다.

야외음악당 건립

학교부지 서북쪽에 위치한 약 600평 콩밭은 오목하고 바람을 타지 않는 장소로 학생들이 조용하고 아늑하게 모일 장소로 생각됐다. 이곳에 야외음악당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가을 콩겉이가 끝나면 전교생이 둘러앉아 웅변대회도 하고 합창대회도 하곤 했다. 둘레가 경사로 되어 앉은 학생들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래서 약은 학생들은 나무 꼬챙이로 자기 궁둥이가 들어갈 만큼 흙을 파고 앉아서 행사가 끝나면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궁둥이자리가 남았다. 옳지 이 자리에 원형극장을 만들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학부모 가운데 오산비행장에 근무하면서 대외행사를 담당한 분을 알게 되어 학교현장을 보여드리며 이곳에 야외음악당을 건립하려는데 중장비로 지금 깊이에서 3m만 파서 주변에 적토해 주실 수 있는지를 의뢰했더니 쾌히 승낙을 해 주신다.

며칠 간의 작업 끝에 깊이가 10m정도 되는 원형극장의 외형이 완성되었다. 애당초 예산 없이 시작하는 공사라 서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하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일을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스탠드를 쌓을 돌을 준비하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마침 학부모 가운데 채석장 일에 관련한 분이 계셔서 도와 주셨는데 표면의 돌은 푸석돌로 버리는 돌이니 마음대로 가져가라 하신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3~4년간 수백트럭의 돌을 비축했다. 이 돌들이 야외음악당 스탠드용 뿐 아니라 테니스장 배수용, 대운동장의 스탠드용 등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1976년경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어 1978년 완공이 되었다. 모두들 야외음악당 건립에 얼마나 돈이 들었느냐며 “5억 이상은 가져야지요?” 하고 질문을 하였을 때 나는 한 푼도 장부상에 지출된 금액 없이 몇몇 잡부의 인건비 지출 외에는 내가 설계하고 학생들과 함께 땀과 노력을 기울여 같이 이룬 작품이라 답했다.

이 음악당은 대내적으로는 졸업식, 입학식, 각종 집회, 음악조회(열린 음악회), 영세한 졸업생들의 무료예식장 등 학생들의 정서함양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송탄에 시민이 모일 장소가 전무한 때라 송탄시민이 모이는 행사장은 거의 효명의 야외음악당으로 모였고 발전하는 효명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선보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낭만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황금 같은 시설이 2003년 실내체육관 준공으로 점차 자취를 감춘 것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테니스장 건립과 활용

학교부지 남동쪽에 야외음악당과 흡사한 오목한 땅 약 500평 정도의 채소밭이 있었다. 여기에는 테니스장을 만들면 햇빛 잘 들고 바람타지 않는 천연적 조건의 테니스장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야외음악당 건립 때와 마찬가지로 학부모의 도움으로 5개년에 걸쳐 7개 면의 테니스장을 만들었는데, 이것 역시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손으로 완성했다.

흔히 운동시설은 특수한 선수양성에 국한되어 일반학생이나 직원, 시민에게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어느 날 퇴근길에 무심코 숙직실 문을 열었는데, 이게 웬 일인가! 10여명의 선생님들이 도박을 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생각은 저녁 내기겠지 했는데 판돈을 보고 도박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하니 이곳에서 봉급을 다 털리고 빈 봉투로 돌아가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교사가 도박에 빠지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인데 교육을 하는 신성한 학교 내에서 도박을 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중징계감의 사건이라 생각됐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학교의 제반 시설은 오로지 학생들만의 것이고 교직원의 하루 생활은 학생을 위한 가르침만이 전부라는 면에서 이런 도박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테니스장을 교직원에게 개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 직원에게 학교에서 반값을 보조하고 전원 라켓을 소지토록 했다. “지금부터 우리 효명 교직원은 테니스를 교기로 삼아 방과 후에는 의무적으로 테니스를 해야 합니다.” 몇몇 선생님들은 교장이 테니스를 좋아하면 자기나 할 것이지 왜 전 직원에게 강요하느냐는 원성도 들려왔지만 이번 도박사건으로 큰 처벌이 내릴 것으로 전전긍긍 하던 차에 처벌 없이 테니스만 하라니 말없이 따랐다.

자기수업만 끝나면 어느 때든지 테니스를 해도 좋다. 왜냐하면 테니스도 교육을 더 잘 하기위한 보조행위이기 때문이다. 테니스 실력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테니스에 점점 몰입하게 되고 뱃살이 빠지고, 식욕이 늘어나고, 가족들은 술로 하루의 피로를 풀던 남편이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돌아와 밥투정 없이 식사하는 남편을 보고 학교장에게 고맙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월말에는 A, B조로 나누어 단체전을 하고 학교에서는 바비큐로 한 달의 수고를 위로했다. 선생님들이 테니스에 너무 열중하는 것을 보고 고맙고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각 선생님의 업무분담이 소홀해 지지 않을까 염려됐다.

전에는 5시 땡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썰물 빠져 나가듯 퇴근하던 선생님들이 여전히 남아 운동하고, 운동이 끝나면 바로 퇴근 하는 것이 아니라 샤워를 한 다음 하루의 업무를 모두 마치고야 퇴근하는 보습을 보고 참으로 고마웠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수업이 끝나면 텅텅 비었던 그 넓은 운동장에도 학생들의 활동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만 끝나면 학교를 빠져 나가던 학생들이 건전한 학교활동으로 하루를 마친다. 선생님들의 테니스 활동은 몸도 튼튼해지고 건전한 생활 지도도 되었다.

만일 교내 도박사건을 중징계로 처리하였다면 그러한 악습은 근절 되었겠지만 테니스 장려책과 같은 건전한 학교분위기 조성, 선생님들의 건강관리, 학생들의 생활지도 등의 일석 3조, 4조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학교의 테니스 시설은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되어 선수 양성뿐 아니라 경기도 남부 지역 테니스 보급에도 일익을 담당했다고 자부한다.

노용국 기자  rohyk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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