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인종이 울려 문을 열어보니 위층에 새로 이사 온 집의 부인이었다. 그 부인은 포도 한 박스를 전하면서 새로 이사 왔는데 아이들이 있으니 좀 시끄러워도 양해해 달라는 말을 한다. 우리도 애를 키워본 사람들이라서 웬만한 소음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하려고 미리 이렇게 인사까지 오는지, 겁이 덜컥 났다.

지난번에 살던 위층 집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쿵쾅거리고 고함을 지르는 등 시끄럽게 뛰어놀아 쫓아 올라가기를 여러 번.

층간 소음문제로 주민끼리 부딪히면 사고가 우려된다. 실제로 층간소음문제로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뉴스를 많이 본다. 그런 분쟁을 막기 위해 아래층사람이 직접 위층 사람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되고 관리실이나 경비실에 연락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새로 이사 온 집은 우려와 달리 신기하게도 저녁 9시가 되면 뛰어놀던 아이가 조용해진다. 이사 오자마자 미리 인사를 하고 양해를 구했으면서도 저녁 늦은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조용하게 하는 위층 그분들의 배려가 고맙다.

요즘 공동주택 주민은 늦은 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 러닝머신 사용, 피아노 연주와 세탁기나 청소기 돌리기 등 층간 소음이나 담배연기, 반려견의 짖는 소리와 배설물 피해, 또 주차 문제 등은 서로 배려하고 자제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현관문 소리다. 앞집에서 현관문을 활짝 열고 나오면서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문은 스스로 쾅 하는 큰소리를 내며 닫힌다. 집안에서 조용히 편히 쉬고 있거나 잠을 자던 앞집 사람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란다. 새벽이나 밤에는 그 소리가 더욱 크다. 소리가 커서 그런지 더욱 자주 드나드는 것처럼 느껴지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앞집에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시끄러우니 조심해달라는 말을 하면 그때뿐이고, 금방 또 잊었는지 다시 현관문을 큰 소리를 내며 여닫는다. 더 이상 얘기하면 큰 싸움이 날 것 같아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는 현관문 소음으로 이웃을 살해한 사건이 났다.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현관문 여닫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옆집에 사는 이웃에게 욕설을 한 뒤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60%가 아파트에서 산다고 한다. 윗집, 아랫집 이웃이 서로 조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주택 에티켓이 더욱 필요하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홉스는 공동체에 대해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야만적인 자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를 구성했다고 했다. 같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공동체인 공동주택의 주민은 ‘나 하나쯤이야’, ‘이웃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준다고…’ 하는 인식을 바꾸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때다.

김진운 사장  pt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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